멍하니 앉아 있을 때면 이따금 그라나다가 다시 가고싶어진다.  길었던 스페인여행 일정에서 그라나다는 단 1박2일. 그라나다를 스페인여행에 넣은 이유는 단 하나. 알람브라 궁전을 보기 위해서 였다. 내가 알고 있는 알람브라에 대한 정보는 나스르 왕조의 여름궁전이었다는 것과 나스르 왕국이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과의 싸움에서 지고는 알람브라 궁전을 남겨두고 도망갔다는 것 뿐이었다. 나스르의 왕은 이 알람브라 궁전을 너무 아껴서 궁전을 두고 도망갈 때 많이 울었다고 한다. (직접 가보면 왜 울었는지 충분히 이해된다. ㅜ.ㅜ)

감기몸살 옴팡들었던 세비야에서 지칠대로 지쳐서 그라나다에 입성했을 때는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알람브라궁의 내부를 돌아본 소감은 이랬다. 사람많고, 덥고, 사진에서 본 그대로 군. 게다가 북아프리카를 돌고온 한 커플이 이런 말을 속삭이는거다. “야, 모로코하고 터키에서 본 궁에 비하면 정말 초라하다 얘.” 이것들이! 아주 염장을 지른다. 알람브라 궁전 그거 하나보고 그라나다까지 왔는데…

그러나 여행은 역시 끝까지 해봐야 여행이 좋았다 아니다를 결정 짓는다는 걸 그라나다에서 새삼 깨달았다. 내용은 이렇다. 알람브라 궁전 투어에 실망하고서 누에바 광장을 배회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자꾸 골목을 따라 위로만 올라가는 거다. 그래서 나도 별 생각없이 따라갔다. 그렇게 끝까지 골목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사람들이 하나같이 탄성을 지르는거다. 뭐지? 하고 보니 산 저편의 알람브라 궁전 전경이 턱하고 눈앞에 펼쳐진다. 가슴이 벅차다. 아무 생각이 안난다. 해가 저물고 궁전에 불이켜지고도 한 참을 제자리에서 알람브라 궁전을 바라본다. 그렇게 그라나다는 나에게 어퍼컷을 날렸다.

별 생각없이 따라 올라갔던 곳은 산 니콜라스 광장으로 이 광장에 올라서면 알람브라 궁전에 한 눈에 들어온다. 산 니콜라스 광장에서 바라 본 알람브라 궁전은 낮에는 철갑옷을 입은 모헨조다로 유적지처럼 보이고 밤에는 조명을 활짝 켜놓은 갤러리의 앞마당 같다. 매일같이 바라보아도 가슴벅차고 뿌듯하고 영원히 나의 것일것만 같던 알람브라 궁전을 나스르의 왕은 어떻게 두고 나왔을까? 사극처럼 후일을 도모하겠다고 다짐이라도 하며 울었겠지? 다음에 그라나다를 가게되면 산 니콜라스 광장앞에 숙소를 정하고 매일매일 알람브라 궁전을 바라볼 것이다. 프라도미술관 덕분에 스페인에 다시 가고 싶어졌고, 알람브라 궁전 덕분에 스페인에 오래 머무르고 싶어졌으니 스페인 여행은 좋았다 말하고 싶다. 꽃보다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