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까?”

“전문가 육성 6개월 프로그램은 당신은 전문가로 만들어줍니다.”

 
우리가 신문이나 전단지에서 봤음직한 광고문구입니다.  전문가라는 말이 처음 우리 사회를 두드릴때만 해도 전문가는 왠지 있어보이고 꼭 되어야 하는 사명같았습니다.  학교, 기업, 정부 모두가 나서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길러내야 한다고 소리높여외치곤 했습니다.  지금도 신문을 펴들면 각종 사설과 칼럼(본 기사는 당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를 꼭 붙여서 말이죠.)에서는 전문가를 마치 사회의 소금과 같은 존재로 추켜세우기 일쑤입니다.  그렇다면 전문가는 반드시 길러내야 하는 것일까요?

저는 결단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는 그저 복잡한 사회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에 불과합니다.  돈은 자신의 인격과 신분을 대변해 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은 재화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십자군 전쟁보다 1,2차 대전보다 심지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섭고 치열합니다.  인류 역사상 전세계 개개인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면 전쟁을 벌였던 시대는 자본주의 시대가 유일합니다.  그만큼 갈수록 살기 힘들어 진 것이죠.  인간이 살기 힘들어지고 갈수록 살인적인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소위 “차별화”라는 것입니다.

 차별화는 고만고만한 물건이나 서비스에서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해줍니다.  그 이유때문에 차별화는 현대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참 흥미로운 것은 차별화와 전문가는 자웅동체라는 것입니다.  차별화를 조금이라도 하게되면 작은 마켓이 형성되고 이렇게 형성된 마켓에는 그것을 운용해줄 소위 전문가를 양성하게 됩니다.  “술은 새 부대에 뉴마켓은 전문가에게” 라는 것입니다.  슬로건은 그럴싸 하지만 사실 불필요한 논리일 뿐입니다.  이 슬로건은 그저 돈을 더 벌어보겠다는 얄팍한 마케팅 전술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특별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만큼 새롭고 너무나 전문화된 무엇은 하늘아래 없으니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디자인으로 한정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이 생겨난 배경에는 이윤을 극대화 하기 위한 자본가들의 욕심이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요즘 기업들은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고 장기적인 판매를 통해 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기술집약적인 제품개발은 피하고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외관을 조금 손봐서 매번 새롭게 디자인을 바꿀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합니다.  자본회수와 제품관리면에서 훨씬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기능과 역할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지갑을 열 때는 디자인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달리 얘기하면 하루에도 수만개의 신상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간택받을 확률이 높지는 것이죠.  그래서 자본가들은 디자인에 집착하고 21세기를 이끌어갈 차세대 산업이라고 주저없이 이야기하곤 합니다.  사실 디자인을 차세대 산업이라고 추켜 세우는 것은 자본가 뿐만이 아닙니다.  정부, 학교, 언론이 모두 그렇습니다.

이들의 순환고리는 이렇습니다.  자본가는 새로운 디자인은 멋지고 쿨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야기 할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언론이구요.  이에 뒤질세라 정부는 언론자료에 근거해 신년인사나 기타 연설에서 디자인을 빼놓지 않고 거론합니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디자인과정을 앞다투어 개설합니다.  다시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은 사회로 진출하고 기업은 다시 배출된 인력의 아주 일부를 채용합니다.  채용된 디자이너는 언론과 인터뷰도 하고 칼럼도 쓰면서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홍보를 하게 됩니다.  다각도로 홍보가 되는 제품을 본 소비자는 그 제품을 구매하게 되고 자본가는 이윤을 챙기게 됩니다.  어느쪽으로 흐르던 서로가 서로를 맞물고 있습니다.  어느쪽 하나 손해볼 것이 없는 완벽한(?) 구조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학교입니다.  학교가 디자인에 열광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눈길끌기도 쉽고 등록금 비싸도 입시경쟁률은 하늘을 찌르는 것이 디자인 전공입니다.  더욱이 전공을 통폐합하고 새로운 전공을 만들어 내는 것도 디자인 분야만큼 쉽고 빠른 전공이 거의 없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대학은 새 전공을 개설해 학생들을 더 많이 모집하게 됩니다.  학교에게는 디자인 전공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새 전공들은 앞서 말한 차별화와 전문화의 논리에 철저하게 편승해 그다지 필요없는 전공들을 양산해 냅니다.

 학교들이 개설하는 새 전공들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1. 은근슬쩍 이름을 덧붙여 새 전공인것처럼 보이게한다. 2. 전통적으로 유명한 해당전공과는 차별화되어 보이도록 이름만 바꿔단다. 3. 해당 전공자가 아니면 취업할 곳이 매우 한정된 전공을 개설한다. 세 가지 중에 어느 것 하나 맘에 드는게 있으신가요? 전 하나도 없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기업에서 이런 발칙한 행동을 한다면, 당장에 PD공책이나 추적1시간에서 맹공격을 당할것입니다. 다음날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게시판이 다운될만큼 비판의 글을 올릴 겁니다. 몇 달 흐른뒤에는 기업들이 제품을 팔기위해 소비자에게 저지르는 발칙한 행동을 고쳤는지 아닌지도 다시 취재하겠지요. 그러나 학교에는 그런 비판의 잣대가 아주 약합니다. 외국도 별반 차이는 없습니다. 언론에 기사화되는 학교는 그저 어떤 프로젝트를 어떤 학교에서 한다 또는 누가 어떤 학교를 졸업해서 이런 훌륭한 디자이너가 됐다 정도입니다.

본격적으로 학교들의 발칙한 행동을 짚어볼까요?  은근슬쩍 이름을  덧붙여 새 전공인것처럼 보이게한다. 세 가지 중에 제일 쉬운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한 아트 스쿨의 “MA Fashion and Film” 라는 전공은 보기에는 뭔가 새로운 전공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Fashion and Film 전공은 학교에서는 독특한 코스라고 자랑하는데, 주 내용은 영화와 문화분석입니다.  패션은 그저 제목일 뿐입니다.  패션과 영화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무엇을 연구할지에 대해서는 나와있는 바가 없습니다.  일반 Film Studies  전공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영화연구를 주로 하되 자신의 관심사를 패션으로 표명하면 됩니다.  특히나 석사과정의 경우는 이런 세부전공은 의미가 없습니다.  연구할 주제가 얼마나 다양한데 연구주제로 전공을 정한다는 것은 별의미없는 연구결과만 가져올 뿐입니다.  학교특성상 Film Studies를 개설할 바탕이 안되기 때문에(디자인스쿨에서 문화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기란 참 힘듭니다.) 영화에 패션을 끌어들였다는 것은 이해한다고 해도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의혹이 남습니다.  이 과정은 드라마 과정이 탄탄한 한 학교와 교류해 학생들의 연구를 장려한다고 밝혔지만, 각 학교 캠퍼스의 위치도 멀리 떨어져있고 연구와 관련해 교수와 상의하는 것도 번거롭습니다.  미국의 RISD와 Brown University처럼 바로 옆에 캠퍼스가 위치해있으면 모를까 이런식의 연구 서포트는 학생들을 지치게 할 뿐입니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이 전공은 MA Film and Fashion이 되어야 더 맞습니다.  Film 연구가 주가 되고 Fashion을 덤으로 들여다 볼 것이면서 Fashion을 내세우는건 너무 작위적입니다.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학생입니다.

이미 특정 전공에 강세를 보이는 학교와 같은 이름의 전공으로 경쟁하기 껄끄러울 때 쓰는 방법입니다.  전통과 실력을 자랑하는 전공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History of Art와 같은 전공은 작업보다 이론이 위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전공으로 실력과 명성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실력있고 풍부한 교수진, 사회학, 역사학, 인류학, 심리학, 철학 등의 탄탄한 이론배경 제공, 실력있는 학생 선발의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합니다.  History of Art는 실습을 위주로 하는 디자인 학교에서는 제공하기 어려운 전공중에 하나입니다.  위에서 거론한 배경지식을 디자인스쿨 자체에서 해결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전통과 실력을 단숨에 따라잡기는 어려운 일이고, 아트 혹은 디자인 스쿨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역사가 있는 고매한 History of Art와 같은 전공은 있어야 할 때…  그들이 선택하는 것은 이름을 바꿔 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Contemparory History of Art”라는 전공의 경우, 예술사도 아니고 아예 전공이 현대 예술사입니다. 이런 전공은 사상누각입니다.  예술사에 전체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이 현대 예술사라니요?  현대 예술사만 배워서 어디에 적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혹 예술사에 이미 조예가 깊고 현대 예술사를 집중적으로 볼 경우가 아니라면 현대 예술사 하나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마치 사칙연산을 모르고 미.적분을 공부하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합니다.  학교에서 이 사실을 모를리 없지만, 새로운 것 좋아하고 현대적인 것을 마냥 좋아하는 학생들은 뭔가 싶어 덜컥 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결국 손해를 보는것은 학생입니다.

 일명 특화된 전공을 제공한다는 학교들이 주로 쓰는 방법입니다.  “Home Products Development”라는 전공을 살펴보면, 이 전공은 그냥 Product Design의한 조각입니다.  제품디자인에 관해 전반적으로 교육을 받고 취업을 하면 제품디자인과 관련한 모든 회사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반면, Home Products Development를 전공하게 되면 가전제품이나 홈 프로덕트와 관련한 회사에만 원서를 내야 합니다.  같은 시간, 같은 노력을 들이고 졸업 후에 취업할 곳이 매우 한정됩니다.  불황의 늪이 깊어지고, 취업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지금 이런 전공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학생들이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남들보다 전문화되어 있으면 취업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하나만 잘하는 전문가보다 두루두루 잘하는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합니다.  멀티플레이어 하나를 고용하면 전문가 서넛을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절감이 많이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직이 단골식당 옮기는것만큼 쉽고, 통폐합을 밥먹듯이 하는 조직사회에서 내 전공으로 일자리가 계속 보장되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학생입니다.

이외에도 수법은 다양합니다.  쓸데없이 전공을 쪼개서 개설하기(Fashion Marketing & Fashion Merchandising – 같은 전공이라고 무방한데 둘을 쪼개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케팅과 머천다이징을 같이 제공하거나 이름이 달라도 전공은 동일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반 학원에서 개설해도 될 전공 개설하기(Fashoin Styling, Computer & Video Game 등 학위를 따기에는 깊이가 얕은 전공들.  이런 경우에는 패션 디자인이나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후에 짧게 Certificate정도를 하는 것이 좋다.) 등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기위해 동원하는 상술을 학교는 학생들에게 전공을 팔기위해 동원하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학교나 이름만 다를 뿐 행동은 자로 잰듯이 똑같습니다.  어른들 옛 말씀 하나 틀린거 없습니다.  배우지 말라는 것은 더 배우려고 드네요.

 위의 사례들을 짚어보면, 내 인생의 일부를 담당하게 될 전문화된 전공이 오히려 내 발목을 잡는 격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나누는 기준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좋은 학교일수록 전공을 세분화해서 전문화하거나, 차별화해서 전문화하거나, 한정화해서 전문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싱거운 전공인것처럼 보여도 – Design, Fine Arts, History of Art 등- 수학기간 내내 학생들이 깊이있고 폭넓은 사고를 할 수있도록 범위를 상당히 넓게 두는 전공들 만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좋은 학교에서는 편협하고 단순한 사고를 하게 되는 스페셜리스트 보다는 융통성있고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이곳에 길러진 인재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사회에서는 이런 인재를 더욱 선호하게될 것입니다.

 제레미 리프킨이 인용했듯이 생물학자들은 “지나친 전문화는 종의 멸종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합니다.  중세시대 대학에서 가르쳤던 수사학, 수학, 신학, 철학등의 과목에서 오늘날의 대학들은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  학생들을 소비자로 간주하고 지나친 전문화를 하는 학교나 해당 전공들은 어쩌면 디자인이라는 종을 멸종시킬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이미 시작했으니 자꾸 안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갈까요?  유용한 에너지 상태에서 무용한 에너지 상태로 흐르는 것은 아무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전문화를 학생들이 주위깊게 외면한다면 그 속도를 조금이라도 줄여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우리는 꼭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카페에서 여러 번 말씀을 드렸었지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지 못해서 이번에 자세하게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창의성에 대한 고심은 비단 디자인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교육부도 외국의 교육기관들도 모두가 고심하고 있는 것이 창의성입니다. 창의성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짜잔~하고 실체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물심양면 지원한다고 원하는 정도의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워 지는 게 창의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창의성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 시시콜콜 논의하기 위해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마세요.

창의성, Creativity, Crétivité… 도대체 이 녀석 너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힘들게 하느냐? 라고 호통을 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누구냐 넌?” 이라고 오대수처럼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렇게 물어본다 한들 창의성은 눈하나 깜짝 안하고 이렇게 말할겁니다. “그렇게 간단하면 창의성이 아니지.” 흠… 우선 창의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나 창의성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의는 이번 칼럼에서는 접어두고(존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하루가 걸려도 모자라니까요.),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할까 합니다. 창의성이라고 하면 의례 ‘머릿속에 섬광처럼 지나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이 말은 창의성이 지구력보다는 순발력에 초점이 맞춰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성을 키우는데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말입니다. 이쯤되면 창의성이라는게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하기 보다 어렵게 느껴지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꾸준히 차분하게 습관만 들이면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창의성을 이야기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머리속에서 꺼내라는 것입니다. 좋고, 나쁘고,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고를 떠나 어떤 아이디어든 말하고 메모해 보는 것이죠. 그림이나 삽화로 끄적여도 상관없습니다. 어떤 제한도 없고 주제도 없습니다. 그저 머리속에 있는 것들을 모두 쏟아내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일컫어서 ‘브레인 스토밍’이라고 하는데, 광고업계에서는 광고 시안이나 전략을 짤 때 가장 먼저 브레인 스토밍을 합니다. (브레인 스토밍은 실제로 거대 광고회사인 BBDO의 창업자 Aelx Osborn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브레인 스토밍의 규칙은 이렇습니다. 양적인 것에 초점을 맞출 것, 어떤 것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말 것, 평범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을 것, 여러 아이디어를 합하고 향상 시킬 것. 쉽죠? 그저 우리는 많은 아이디어만 내놓으면 됩니다. 그리고 해답은 그 안에서 이것저것 더하면서 찾아내면 되는 것이고요.

관찰에 관해서는 제가 앞서서도 여러 번 말씀 드렸던 항목중에 하나입니다. 사실 관찰은 창의성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가장 기초적인 토대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무얼 하나 시작하려고 해도 관찰없이 이뤄지는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관찰이라는 여정은 1분하고 그만두고 할 성격의 것이 아닌만큼 깊은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매일 빠짐없이 시시각각 관찰을 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관찰하게 되면 우리의 감각은 날로 예리해 지게 됩니다. 남들이 열 번을 보아야 겨우 알 수 있는 것들을 한 번만 슬쩍 보고도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관찰의 힘입니다. 남들은 이걸 보고 그러겠죠. “오호~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좋은데!”라고 말이죠. 관찰을 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호기심을 가질 것, 특정대상에 대해 유심히 들여다 볼 것, 그것을 기록에 남길 것. 좀 귀찮아서 그렇지 관찰을 통해 얻는 해답은 실로 명쾌하답니다. 그리고 습관만 들이면 관찰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고요.

우리는 상상의 상상을 거듭하는 사람들을 몽상가라고도 하고 시쳇말로 4차원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미즈마루 사촌이라고 말합니다. (미즈마루는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에 등장하는 삽화작가인데 그 상상력이 사람의 허를 찌릅니다.) 지금은 너무나 고전이 되어버린 미국 드라마 ‘스타트랙’은 그 자체가 상상의 결정체 였었죠. 핸드폰이 등장하고, 겨울잠을 자는 사람도 등장하고, 광속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선을 타고 다니고… 스타트랙이 등장한 시점이 1966년이니 이 모든건 모두 상상의 결과물이었답니다. 이 스타트랙은 기술발전과 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가 지금 애지중지하는 핸드폰이 그렇고, 영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간의 겨울잠 실험이 그렇고, 광속이상의 속력을 내는 동력을 위해 연구하고 있는 NASA가 그렇습니다. 상상을 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생각에 제한을 두지 말 것, 꼬리에 꼬리는 무는 생각을 할 것, 허황된 생각을 많이 할 것. 앞에서 말한 다른 것들보다 쉽죠? 창의성을 키우는데는 순서는 없습니다. 쉬운것부터 재미있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되거든요.

생각을 질보다 양에 치중하고, 지겹게 관찰하고, 한계없는 상상을 하다보면 우리의 창의성은 무한대로 커져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인데도 사람들 대부분은 실천을 잘 못합니다. 창의성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구 탄생이래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자기 태어난 곳의 환경과 의무에 길들여지다 보니 창의성의 정도가 차이가 날 뿐이랍니다. 한 클래스에 40명 이상의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받고, 종합적인 사고력 평가 보다는 단편적인 사고력 평가를 받고, 기존의 기술과 생각을 전수 받아 계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입받는 환경에 사는 우리들에게 창의성은 어려운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창의성에 대한 선입견이 그런 것이지 조금만 세심하게 노력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매니지먼트.

디자인 분야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이 는 화두입니다. 잘 관리해야 잘 만들 고 잘 팔 수 있다는 것이 저변에 깔린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디자이너야 내가 생각하고 꿈꾸는것을 풀어내면 되는거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생각과 꿈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생각과 꿈 이상의 무엇이 필요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매니지먼트죠.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비즈니스, 공학 등의 분야에는 디자인 분야의 인사를 초빙하고 강의를 듣고 그것을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반면, 디자인은 매니지먼트를 접목해 하나의 전공으로 탄생시켰습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가 그것이죠. 디자인 매니지먼트의 기본 골자는 ‘디자인, 비즈니스 그리고 공학 분야의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기 위한 교집합을 구성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언뜻 보기엔 쉽고 이상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그 교집합이 되기 위한 노력은 실로 엄청난 것입니다. 한 분야의 정통한 스페셜리스트보다 여러 분야를 골고루 통합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은 몇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공부하려고 준비하는 학생들이 이런 배경을 알고 선택하는 것일까요? 저는 대체로 아니라고 느낍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는 배경은 일반적으로

‘디자인으로 내 생각과 꿈을 실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 이상을 찾아보니 비즈니스를 공부해야 겠다. 그렇지만, 비즈니스를 공부하기에는 힘들것 같다.’ ‘디자인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지만 디자인업계에는 남아있고 싶다.’

이런 대동소이한 두 가지가 학생들이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는 주요 이유입니다. 이런 이유를 가지고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한다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는 동기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가 교육계로 들어 오기 시작한 것은 1970년입니다. 그 출발점은 CEO들에게 디자인관련 강의를 시작한 것이 디자인 매니지먼트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CEO들에게 디자인이 기업에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 주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반응이 긍정적이었고, 디자인과 비즈니스와의 조우가 교육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은 후에 “디자인 매니지먼트”로 발전되어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학문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는 MBA 커리큘럼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간혹 디자인 매니지먼트가 엔지니어링 분야에 속해 일부 비즈니스와 디자인 코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기는하지만, 디자인 매니지먼트는 MBA의 커리큘럼을 차용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MBA에서 주요하게제공하는 수업으로는 HRM, Accounting, Finance, Marketing, MGMT 등이 있습니다. 이 과목들에 대략 15% 정도의 디자인관련 과목이 적절하게 들어있는 것이 디자인 매니지먼트입니다. 대략 15% 정도의 디자인 수업을 듣는 것이 비즈니스에 대한 부담감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까요? 과연 비즈니스 공부를 해야겠지만 부담스러워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한다는 것이 옳바른 것일까요?

디자인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가장 주의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디자인 매니지먼트는 ‘디자인, 비즈니스 그리고 엔지니어링 분야의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기 위한 교집합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매니저들의 주요업무는 이 세 분야의 중심에서 각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의견을 수렴하고 통합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죠. 디자인,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기본지식은 물론이거니와 각 분야의 고충을 잘 헤아릴 수 있어야 하고, 자칫 의견을 굽히지 않는 분야가 있다면 다른 분야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일도 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수렴되고 통합된 의견을 CEO에게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 매니저가 되는 길이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죠?

디자인 매니저로 가는 길이 어려운 것은 방법론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 필요인력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디자인 매니저를 필요로 할 만큼 큰 기업이 아니라면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죠. GM이나 Herman Miller처럼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각 부서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디자인 매니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서는 종사자가 적기 때문에 디자인 매니저의 역할을 CEO가 같이 겸하게 됩니다. 중소기업에서는 디자인 매니저가 중간다리 역할을 할만큼 각 부서의 규모가 크지 않으니 회사에서는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기반으로하는 대기업에 취업을 해야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영어도 부족하고 인맥도 별로없는 동양의 유학생이 이런 유수의 현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이런것을 생각하면 국내에 들어와 S사나 L사에 취업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디자인 매니저를 전속으로 두고 있는 대기업은 아직 전무한 실정입니다. 과연 디자인은 분야에 남아있기 위해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요?

사실, 디자인 매니지먼트가 아니어도 이미 비즈니스 쪽에서는 비즈니스에서 디자인을 화두로 많은 강의를 하고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논의들이 끌어내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그야말로 기업을 이끄는 원이끄는 원동력으로 보고 디자인을 어떻게 비즈니스에서 활용할 것인가를 중점으로 파악하는 것입다. 이미 10년전부터 비즈니스 스쿨에서 도입하고 있는 이러한 트랜드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에서는 비즈니스와 엔지니어링 전공 학생들에게 디자인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Design School을 아예 만들었고, Havard Business School에서는 상당의 디자인 수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Carneie Mellon의 Tepper School은 MBA를 위한 Integrated Product Development 프로그램은 전세계적으로 이름이 나있습니다. 이미 유수의 비즈니스스쿨에서 디자인 수업을 제공해 어떻게 하면디자인이 기업의 원동력으로 더 나아가 이윤을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상당히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공부하고서 꿈꾸는 일을 비즈니스 전공 졸업생들이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비즈니스 스쿨이 디자인 스쿨이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비즈니스 스쿨에서 디자인 스쿨의 기능을 할 날이 올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하는 것은 비즈니스는 디자인을 기업의 원동력으로 보고 그것을 이용해 이윤활동을 한다는 기본전제에 있습니다. 우리가 디자인이 화두가 되고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맞고, 그래서 디자인이 전부인것으로 혹은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잠시 착각도 할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가 우리의 삶의 빼놓을 수 없는 패러다임으로 존재하는 한 디자인은 그저 자본주의를 돌아가게 해주는 찰나의 원동력일 뿐입니다. 패러다임과 원동력을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이 둘에 대한 상관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디자인 유학을 생각한다면 결과는 보지 않아도 짐작을 가능케 합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려는 분들은 자신이 이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선택해서 앞으로 어떤 부분을 자신의 인생에서 채워나가야 하는지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필요로 하는 곳은 배출되는 인력보다 말할 수 없이 작습니다. 여러분이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해야 한다면, 디자인 매니지먼트 그 안에 자리하고 있는 중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감당할 수 있을 때 선택해야 하는 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