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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카페에서 여러 번 말씀을 드렸었지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지 못해서 이번에 자세하게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창의성에 대한 고심은 비단 디자인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교육부도 외국의 교육기관들도 모두가 고심하고 있는 것이 창의성입니다. 창의성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짜잔~하고 실체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물심양면 지원한다고 원하는 정도의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워 지는 게 창의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창의성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 시시콜콜 논의하기 위해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마세요.

창의성, Creativity, Crétivité… 도대체 이 녀석 너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힘들게 하느냐? 라고 호통을 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누구냐 넌?” 이라고 오대수처럼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렇게 물어본다 한들 창의성은 눈하나 깜짝 안하고 이렇게 말할겁니다. “그렇게 간단하면 창의성이 아니지.” 흠… 우선 창의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나 창의성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의는 이번 칼럼에서는 접어두고(존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하루가 걸려도 모자라니까요.),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할까 합니다. 창의성이라고 하면 의례 ‘머릿속에 섬광처럼 지나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이 말은 창의성이 지구력보다는 순발력에 초점이 맞춰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성을 키우는데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말입니다. 이쯤되면 창의성이라는게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하기 보다 어렵게 느껴지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꾸준히 차분하게 습관만 들이면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창의성을 이야기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머리속에서 꺼내라는 것입니다. 좋고, 나쁘고,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고를 떠나 어떤 아이디어든 말하고 메모해 보는 것이죠. 그림이나 삽화로 끄적여도 상관없습니다. 어떤 제한도 없고 주제도 없습니다. 그저 머리속에 있는 것들을 모두 쏟아내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일컫어서 ‘브레인 스토밍’이라고 하는데, 광고업계에서는 광고 시안이나 전략을 짤 때 가장 먼저 브레인 스토밍을 합니다. (브레인 스토밍은 실제로 거대 광고회사인 BBDO의 창업자 Aelx Osborn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브레인 스토밍의 규칙은 이렇습니다. 양적인 것에 초점을 맞출 것, 어떤 것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말 것, 평범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을 것, 여러 아이디어를 합하고 향상 시킬 것. 쉽죠? 그저 우리는 많은 아이디어만 내놓으면 됩니다. 그리고 해답은 그 안에서 이것저것 더하면서 찾아내면 되는 것이고요.

관찰에 관해서는 제가 앞서서도 여러 번 말씀 드렸던 항목중에 하나입니다. 사실 관찰은 창의성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가장 기초적인 토대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무얼 하나 시작하려고 해도 관찰없이 이뤄지는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관찰이라는 여정은 1분하고 그만두고 할 성격의 것이 아닌만큼 깊은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매일 빠짐없이 시시각각 관찰을 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관찰하게 되면 우리의 감각은 날로 예리해 지게 됩니다. 남들이 열 번을 보아야 겨우 알 수 있는 것들을 한 번만 슬쩍 보고도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관찰의 힘입니다. 남들은 이걸 보고 그러겠죠. “오호~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좋은데!”라고 말이죠. 관찰을 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호기심을 가질 것, 특정대상에 대해 유심히 들여다 볼 것, 그것을 기록에 남길 것. 좀 귀찮아서 그렇지 관찰을 통해 얻는 해답은 실로 명쾌하답니다. 그리고 습관만 들이면 관찰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고요.

우리는 상상의 상상을 거듭하는 사람들을 몽상가라고도 하고 시쳇말로 4차원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미즈마루 사촌이라고 말합니다. (미즈마루는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에 등장하는 삽화작가인데 그 상상력이 사람의 허를 찌릅니다.) 지금은 너무나 고전이 되어버린 미국 드라마 ‘스타트랙’은 그 자체가 상상의 결정체 였었죠. 핸드폰이 등장하고, 겨울잠을 자는 사람도 등장하고, 광속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선을 타고 다니고… 스타트랙이 등장한 시점이 1966년이니 이 모든건 모두 상상의 결과물이었답니다. 이 스타트랙은 기술발전과 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가 지금 애지중지하는 핸드폰이 그렇고, 영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간의 겨울잠 실험이 그렇고, 광속이상의 속력을 내는 동력을 위해 연구하고 있는 NASA가 그렇습니다. 상상을 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생각에 제한을 두지 말 것, 꼬리에 꼬리는 무는 생각을 할 것, 허황된 생각을 많이 할 것. 앞에서 말한 다른 것들보다 쉽죠? 창의성을 키우는데는 순서는 없습니다. 쉬운것부터 재미있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되거든요.

생각을 질보다 양에 치중하고, 지겹게 관찰하고, 한계없는 상상을 하다보면 우리의 창의성은 무한대로 커져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인데도 사람들 대부분은 실천을 잘 못합니다. 창의성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구 탄생이래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자기 태어난 곳의 환경과 의무에 길들여지다 보니 창의성의 정도가 차이가 날 뿐이랍니다. 한 클래스에 40명 이상의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받고, 종합적인 사고력 평가 보다는 단편적인 사고력 평가를 받고, 기존의 기술과 생각을 전수 받아 계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입받는 환경에 사는 우리들에게 창의성은 어려운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창의성에 대한 선입견이 그런 것이지 조금만 세심하게 노력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매니지먼트.

디자인 분야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이 는 화두입니다. 잘 관리해야 잘 만들 고 잘 팔 수 있다는 것이 저변에 깔린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디자이너야 내가 생각하고 꿈꾸는것을 풀어내면 되는거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생각과 꿈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생각과 꿈 이상의 무엇이 필요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매니지먼트죠.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비즈니스, 공학 등의 분야에는 디자인 분야의 인사를 초빙하고 강의를 듣고 그것을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반면, 디자인은 매니지먼트를 접목해 하나의 전공으로 탄생시켰습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가 그것이죠. 디자인 매니지먼트의 기본 골자는 ‘디자인, 비즈니스 그리고 공학 분야의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기 위한 교집합을 구성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언뜻 보기엔 쉽고 이상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그 교집합이 되기 위한 노력은 실로 엄청난 것입니다. 한 분야의 정통한 스페셜리스트보다 여러 분야를 골고루 통합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은 몇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공부하려고 준비하는 학생들이 이런 배경을 알고 선택하는 것일까요? 저는 대체로 아니라고 느낍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는 배경은 일반적으로

‘디자인으로 내 생각과 꿈을 실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 이상을 찾아보니 비즈니스를 공부해야 겠다. 그렇지만, 비즈니스를 공부하기에는 힘들것 같다.’ ‘디자인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지만 디자인업계에는 남아있고 싶다.’

이런 대동소이한 두 가지가 학생들이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는 주요 이유입니다. 이런 이유를 가지고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한다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는 동기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가 교육계로 들어 오기 시작한 것은 1970년입니다. 그 출발점은 CEO들에게 디자인관련 강의를 시작한 것이 디자인 매니지먼트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CEO들에게 디자인이 기업에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 주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반응이 긍정적이었고, 디자인과 비즈니스와의 조우가 교육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은 후에 “디자인 매니지먼트”로 발전되어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학문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는 MBA 커리큘럼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간혹 디자인 매니지먼트가 엔지니어링 분야에 속해 일부 비즈니스와 디자인 코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기는하지만, 디자인 매니지먼트는 MBA의 커리큘럼을 차용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MBA에서 주요하게제공하는 수업으로는 HRM, Accounting, Finance, Marketing, MGMT 등이 있습니다. 이 과목들에 대략 15% 정도의 디자인관련 과목이 적절하게 들어있는 것이 디자인 매니지먼트입니다. 대략 15% 정도의 디자인 수업을 듣는 것이 비즈니스에 대한 부담감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까요? 과연 비즈니스 공부를 해야겠지만 부담스러워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한다는 것이 옳바른 것일까요?

디자인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가장 주의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디자인 매니지먼트는 ‘디자인, 비즈니스 그리고 엔지니어링 분야의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기 위한 교집합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매니저들의 주요업무는 이 세 분야의 중심에서 각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의견을 수렴하고 통합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죠. 디자인,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기본지식은 물론이거니와 각 분야의 고충을 잘 헤아릴 수 있어야 하고, 자칫 의견을 굽히지 않는 분야가 있다면 다른 분야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일도 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수렴되고 통합된 의견을 CEO에게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 매니저가 되는 길이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죠?

디자인 매니저로 가는 길이 어려운 것은 방법론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 필요인력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디자인 매니저를 필요로 할 만큼 큰 기업이 아니라면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죠. GM이나 Herman Miller처럼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각 부서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디자인 매니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서는 종사자가 적기 때문에 디자인 매니저의 역할을 CEO가 같이 겸하게 됩니다. 중소기업에서는 디자인 매니저가 중간다리 역할을 할만큼 각 부서의 규모가 크지 않으니 회사에서는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기반으로하는 대기업에 취업을 해야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영어도 부족하고 인맥도 별로없는 동양의 유학생이 이런 유수의 현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이런것을 생각하면 국내에 들어와 S사나 L사에 취업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디자인 매니저를 전속으로 두고 있는 대기업은 아직 전무한 실정입니다. 과연 디자인은 분야에 남아있기 위해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요?

사실, 디자인 매니지먼트가 아니어도 이미 비즈니스 쪽에서는 비즈니스에서 디자인을 화두로 많은 강의를 하고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논의들이 끌어내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그야말로 기업을 이끄는 원이끄는 원동력으로 보고 디자인을 어떻게 비즈니스에서 활용할 것인가를 중점으로 파악하는 것입다. 이미 10년전부터 비즈니스 스쿨에서 도입하고 있는 이러한 트랜드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에서는 비즈니스와 엔지니어링 전공 학생들에게 디자인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Design School을 아예 만들었고, Havard Business School에서는 상당의 디자인 수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Carneie Mellon의 Tepper School은 MBA를 위한 Integrated Product Development 프로그램은 전세계적으로 이름이 나있습니다. 이미 유수의 비즈니스스쿨에서 디자인 수업을 제공해 어떻게 하면디자인이 기업의 원동력으로 더 나아가 이윤을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상당히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공부하고서 꿈꾸는 일을 비즈니스 전공 졸업생들이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비즈니스 스쿨이 디자인 스쿨이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비즈니스 스쿨에서 디자인 스쿨의 기능을 할 날이 올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하는 것은 비즈니스는 디자인을 기업의 원동력으로 보고 그것을 이용해 이윤활동을 한다는 기본전제에 있습니다. 우리가 디자인이 화두가 되고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맞고, 그래서 디자인이 전부인것으로 혹은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잠시 착각도 할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가 우리의 삶의 빼놓을 수 없는 패러다임으로 존재하는 한 디자인은 그저 자본주의를 돌아가게 해주는 찰나의 원동력일 뿐입니다. 패러다임과 원동력을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이 둘에 대한 상관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디자인 유학을 생각한다면 결과는 보지 않아도 짐작을 가능케 합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려는 분들은 자신이 이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선택해서 앞으로 어떤 부분을 자신의 인생에서 채워나가야 하는지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필요로 하는 곳은 배출되는 인력보다 말할 수 없이 작습니다. 여러분이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선택해야 한다면, 디자인 매니지먼트 그 안에 자리하고 있는 중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감당할 수 있을 때 선택해야 하는 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