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시크함에 밀라니즈의 세련됨을 불어넣는 프로엔자 슐러(Proenza Schouler)

[프로엔자 슐러의 포스터]

이번에 소개할 아티스트는 패션 디자이너 프로엔자 슐러에 대한 것이다.  프로엔자 슐러는 잭 맥콜루와 라자로 헤르난데즈 듀오가 이끄는 브랜드다.  이름이 유럽 스타일이어서 그렇지 이 둘은 미국 출신으로 파슨스 졸업전시회를 같이 하다가 지금까지 듀오로 남아있는 사이다.  프로엔자 슐러는 맥콜루와 헤르난데즈 엄마들의 처녀적 성을 하나씩 따서 만든 이름이란다.  기발한데!  잠깐 든 생각인데, 만일 이 듀오가 유럽 출신이었다면 빅터&롤프처럼 간단명료한 브랜드 네임을 썼을 것이다.  좀 오래된듯한 느낌을 주려면 고색창연한 유럽의 도시지명 느낌이 나도록 이름을 지어야 했을 것이다.  프로엔자 슐러는 이름만 들어서는 절대 미국의 브랜드로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 그랬다.  패션디자이너가 옷을 잘 차려 입은것은 그만큼 작품에 신경을 덜 쓰는 증거라고. 잭 맥콜루와 라자로 헤르난데즈의 소박한 피날레 의상이 성실함을 보여준다.]

프로엔자 슐러가 뉴욕 패션 위크의 RTW(Ready-to-Wear)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이 듀오의 졸업작품 컬렉션을 바니스 뉴욕에서 모두 사들이면서였다.  존 갈리아노나 알렉산더 맥퀸처럼 졸업 전시와 동시에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를 한 것이다.  이 듀오는 2002년부터 정식으로 여성 의류와 액세서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2007년에는 발렌티노 그룹에서 45%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재정적으로도 안정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발렌티노가 쿠튀르 드레스만 잘 만드는 줄 알았더니 디자이너들을 보는 눈도 꽤 예리하다.  프로엔자 슐러는 뉴욕이 너무나 사랑하는 디자이너로 미국 CFDA(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에서 주는 상을 지금까지 5번이나 받았다.  아무리 뉴욕의 패션디자이너들이 한정되어 있다고 해도 CFDA의 상을 5번이나 받는다는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마디로 무서운 신예들이다.

 [프로엔자 슐러의 PS1. 일명 판초백]

프로엔자 슐러하면 엄청난 검색의 양을 자랑하는건 2008년 PS1 백을 출시하면서 부터다.  우리가 흔히 사첼 백이라고 부르는 것을 럭셔리하고 우아하게 발전시켜 내놓은 백이다.  사첼(Satchel)은 손잡이가 있는 학생들이 드는 가방을 뜻한다.  사첼 백은 직사각형 모양의 책가방처럼 손잡이나 어깨 끈이 있는 숄더 백을 일컫는다.  프로엔자 슐러의 PS1 사첼백은 쿠튀르만 아니라면 어느 의상과 매치해도 무난하고 옷과 잘 어우러지는 희한한 현상을 보인다.  놀랍다 못해 희한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PS1을 메어주면 사람이 좀 스마트해 보이는 효과도 가져다 준다.  참… 이들이 능력자기는 능력자다.  그리고 PS1은 신의 한수이기도 하다.  제시카 알바, 커스틴 던스트, 클로에 셰비니 등 헐리우드 셀리브리티들이 하나같이 프로엔자 슐러의 판초백(PS1)을 들고 다니면서 파파라치 컷에 끊임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단한 PR이나 마케팅없이 파파라치컷을 이용해 프로엔자 슐러가 노출된 까닭에 이제는 명품백 좀 안다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브랜드가 되어 버렸다.  루이비통, 프라다, 샤넬이 지친다는 사람들에게는 단비가 되었고, 명품 가방을 이제 한 번 사볼까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곳저곳 활용도가 높은 백이 되었다.

[직장에서도, 파티에서도, 어느 자리에서도 세련되고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프로엔자 슐러]

[비비드한 컬러도 톤 다운된 컬러도 넘치거나 모자람없이 표현하는 프로엔자 슐러]

[뉴요커의 시크함과 밀라니즈의 세련된 공기를 불어넣은 프로엔자 슐러]

하지만, 무엇보다 프로엔자 슐러에 대해 지면을 빌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모두가 가지는 판초백(PS1)에 대한 기대나 엣지 때문이 아니다.  내가 프로엔자 슐러를 언급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의상들이다.  프로엔자 슐러의 의상들은 어느 컬렉션이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그 지점에서 의상들을 선보인다.  아무리 RTW라고 하더라도 디자이너의 패기든 장난스러움이든 자신의 한 부분이라도 더 보이려고 애를 쓰는데, 프로엔자 슐러는 절대 그런 의상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RTW가 가지는 입고 다닐 수 있는 속성에 매우 충실하다.  그러면서도 재킷, 팬츠, 셔츠, 니트, 백 모두가 디테일이 충분히 살아있다.  컬러에서도 톤 다운된 컬러는 그 컬러대로 비비드한 컬러는 그 컬러대로 각 아이템에 맞게 무겁지 않으면서 가볍게 보이지 않을 컬러를 제대로 잘 섞어낸다.  내가 프로엔자 슐러를 보면서 놀라고 감탄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뉴욕 공방의 어딘가에서 밀라노의 감성을 가져다 뉴요커의 시크함과 밀란니즈의 세련된 공기를 불어넣은 느낌이다.  프로엔자 슐러의 이름의 느낌 그대로 옷의 감성도 그에 딱 맞게 정말 감탄하게 만든다.  우리가 주목 해야할 것은 판초 백이 아니라 이 듀오의 옷들이다.  이들의 행보를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쉽사리 패션 위크에서 사라질 인물들이 아니다.  패션 사업에서 벌어 들인 돈을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날려 먹지 않는 이상.  패션 사업에 투자를 할 자금이 있다면 1순위로 프로엔자 슐러에 하고싶다.

[뉴욕 매디슨가 822번지에 위치한 프로엔자 슐러의 매장 윈도우]

[프로엔자 슐러의 매장 내부]

프로엔자 슐러의 의상들은 바니스 뉴욕, 버그도프 굿맨, 하비 니콜스, 콜레트 등을 통해서 유통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컬렉티드 숍을 통해서 조금씩 의상이 들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이들의 컬렉션을 제대로 보기는 힘들다.  아직 한국에 프로엔자 슐러 의상에 대한 기호가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은듯하다.  프로엔자 슐러의 진가는 판초백이 아니라 이들의 의상이니 앞으로는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프로엔자 슐러의 매장을 직접 방문하고 싶은 분들은 뉴욕 매디슨 애비뉴 822번지를 찾아가면 된다. 이탈리아에 돌체&가바나가 있다면, 네덜란드에는 빅터&롤프가 있고, 뉴욕에는 프로엔자 슐러가 있다.  프로엔자 슐러의 선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