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크리스찬 디올, 그리고 라프 시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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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갈리아노가 고대이집트를 재현한 크리스찬 디올의 오트 쿠튀르. 솔직한 이때부터 그가 위험해 보였다.

존 갈리아노가 천재인건 맞다. 하지만 한동안 고대 이집트나 바로크 시대를 그대로 Ctrl C+Ctrl V를 계속 할 수 있을지 의심을 했었다. 갈리아노의 쿠튀르는 장시간  너무 사치스럽고 오색창연하다 못해 찬란하기까지해 너무 지루했기 때문이다. 내심 갈리아노와 디올 하우스가 이별을 할 것이라는 쪽에 한 표를 걸고 있었다. 단지 아쉽지만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착한 코스프레를 하거나 아니면 타블로이드에 시끄럽게 잡음을 내며 갈라서는게 관건일 뿐이라는 것이지.  그러나 참 엉뚱하게도 갈리아노는 유태인 차별발언으로 단칼에 디올 하우스와 이별당했다. 속사정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잠시 작곡가 바그너와 동일시 했던거 아닌가 싶다. 크리스찬 디올과 갈리아노가 다투지는 않았지만 전세계 타블로이드를 요란하게 하면 갈리아노가 하차한 것이니 내 몹쓸 촉이 쓸만할 때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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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 시몬스의 첫 크리스찬 디올 런웨이. 칸 영화제에서 니콜 키드먼이 입은 드레스 중에 가장 예뻤던 것도 디올의 쿠튀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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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 시몬스의 마지막 질 센더 런웨이. 질 센더를 떠나면서 라프 시몬스는 눈물을 펑펑 흘렸고, 나는 마지막 런웨이가 너무 완벽해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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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디올의 세련된 뉴룩(New Look). 샤넬만 코르셋에서 여자들을 해방시킨건 아니었다.

갈리아노는 디올에서 퇴장했고 갈리아노 이후의 바통을 누가 넘겨 받을지 정말 궁금했었다. 디올 하우스는 갈리아노의 그림자를 지워내려고 파격적인 인사를 데려오려고 노력하겠지만 과연 그 바통을 내가 넘겨받겠다며 덥석 손을 내밀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말이다. 그러나 그 가시방석 같은 바통을 심드렁하게 받아든자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라프 시몬스다. 라프 시몬스는 절제되고 세련된 미니멀한 컬러와 디자인을 영악하게 이용할 줄 아는 패션디자이너다. 그리고 질 센더를 질 센더보다 더 질 센더 답게 이끌어오던 그다. 디올 하우스와 라프 시몬스의 첫 시작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라프 시몬스는 디올 하우스에서의 첫 쿠튀르를 2013년 버전의 러블리 뉴룩으로 재현했다. 다시 말해, 무슈 디올이 1946년에 처음 선보인 뉴룩을 2013년 버전으로 재해석한 것. 라프 시몬의 옷을 보고 좀더 싶다면 인터넷 서치를 부탁한다. 이번 크리스찬 디올의 쿠튀르 런웨이에서는 벽 전체를 모두 생화 꽃장식으로 배경처리를 해놓고 절제된 컬러와 미니멀한 디자인에 크리스찬 디올의 화려함을 담담하게 녹여냈다. 디올 하우스는 갈리아노의 후광을 지워버렸고, 라프 시몬은 메이저 패션브랜드에서 새로운 출발을 기분좋게 시작했다.  둘에게 윈윈이고 지켜보는 관객도 흐뭇하다.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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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 에드가 드가, 1879. 디올의 드레스들. <파라솔을 쓴 3명의 여인> 마리 브라크몽, 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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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의 꽃 : 모네의 정원에 핀 아이리스>, 끌로드 모네,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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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포트만의 미스 디올 드레스> 크리스찬 디올 화장품 라인의 모델인 유태인 출신의 나탈리 포트만 . 존 갈리아노의 유태인 차별 발언에 포트만은 불같이 화를 냈고, 다시는 갈리아노와 엮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갈리아노는 진짜 왜 그랬을까?

크리스찬 디올은 라프 시몬스와 이 성공을 당분간 계속 공유할 생각인듯하다. 그 첫번째 프로젝트로 인상주의 대표그림들과 여기에서 영향을 받은 디올 의상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4개월 동안 전시를 한다.   파리의 근대화가 본격화 되면서 꽃을 피운 인상주의. 이 시기는 근대이전의 화려한 우아함과 근대이후의 향수어린 모던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그림들이 많은 때이다. 크리스찬 디올이 앞으로 추구할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우리가 인상주의를 바라보는 그 지점과 같지 않을까 한다. 과거의 것을 가지고 가면서도 시시대의 물결을 잘 녹여내는 그 지점. 갈리아노의 하차이후 방향을 잠시 잃었던 디올 하우스에게 라프 시몬스가 복덩이임은 틀림없다. 어쩜 이렇게 디올 하우스가 가고 싶은 길을 얄미우리만큼 잘 꿰뚫어보고 실행해 첫 런웨이를 성공시켰으니 말이다. 위에서 언급한 전시는 쇠라, 드가, 모리조, 르느와르 등의 인상주의 작품들과  그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은 크리스찬 디올 브랜드의 패션작품들을 매치해 관객에게 선보이는 전시다. 무슈 디올의 50년대 작품부터 라프 시몬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최상의 작품만 골라냈다고 하니 볼만한 전시가 될거다. 그런데 표정은 인상주의를 재해석에 보자는 것인데 속마음은 라프 시몬스를 앞으로 패션 쿠튀리에로 널리 알리려는 마음이 큰 것으로 보인다.  디올 하우스의 총애를 받기 시작한 라프 시몬스가 대견하다.

전시는 프랑스 노르망디에 있는 그랑빌 디올 뮤지엄에서 5월 4일부터 9월 22일까지 열린다. 그랑빌 디올 뮤지엄은 무슈 디올이 유년 시절을 보낸 집으로 파리로 이주를 한 이후에는 여름 별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후에 벨 에포크 스타일양식의 무슈 디올의 생가를 개조해 그랑빌 디올 뮤지엄으로 사용하고 있다. 디올 뮤지엄의 정원은 아름다운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고, 여기에 인상주의 작품들과 디올 하우스의 눈부신 드레스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니 기대가 되는 전시다.   인상주의 작품들은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에서 그림을 대여해 온다고 한다.  9월까지는 오르세에서 주요 인상주의 몇 작품들은 못볼지도 모르겠다.   4월부터 9월까지 노르망디에서 인상주의 축제가 길게 이어지고 있으니 꼭 디올 뮤지엄이 아니더라도 인상주의 작품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여행계획에 노르망디를 넣는것도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