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다른 그림들의 향연. 모네, 르느와르, 세잔, 피카소.

[왼쪽이 헐리우드 버전, 오른쪽이 스웨덴 버전의 The Gril the the Dragon Tatoo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기억은 사람들의 정서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어로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고 번역된 The girl with the Dragon Tatoo의 헐리우드 판과 스웨덴 판을 보면서 이 점을 더 피부로 느끼게 됐다. 같은 책을 기반으로 해 만든 영화가 누구의 정서와 누구의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두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헐리우드 사람들이 바라보는 스웨덴이 더 음습하고 더 춥고 더 드라이 했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촬영했던 닥터 지바고 같은 느낌이랄까. 스웨덴 본토 사람들이 바라보는 스웨덴은 추위도 견딜만하고 일상도 더 소소했다.  그래서 지루하기 까지했으니까.

[전체의 풍경을 바라 본 모네의 그레누이에]
[부르주아의 일상을 집중해서 바라 본 르누아르의 그레누이에]

같은 대상을 놓고 그린 그림인데도 누가 보고 그렸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세기 부르주아 들의 일상을 그린 모네와 르느와르의 그레누이에(The Grenouillere). 그 둘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같은 대상을 보고 그림을 그렸는데 주목한 부분이 각각 다르다. 모네는 사람들과 어우러진 풍경 특히 물에 주목을 했고, 르느와르는 풍경보다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더 주목했다. 같은 그림인데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인다. 왜 모네가 풍경 화가고 르느와르가 인물화가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세잔이 그린 아부루와즈 볼라르. 지적으로 보인다.]
[피카소가 그린 아부루와즈 볼라르의 초상화.]

인상파 그림에 주목해 큰 그림상이 된 아부루와즈 볼라르.  그는 그림상으로 자리 잡기 위해 인상파에 주목했고 인상파 화가들을 만나기 위해 길목에서 화가들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렇게 한 점 한 점 그림을 모아서 미술사에 등장하는 인물이 되었다. 볼라르의 초상을 그린 화가 중 세잔과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 세잔은 볼라르를 샤프하고 지적인 부르주아로 묘사한 반면 피카소는 보이는 면면을 조각조각 분절해서 보면서 볼라르를 과묵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그려놓았다.  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면 중에 어떤 것에 주목했느냐에 따라 달리 그렸겠지만 인간의 기억이란 참 이렇게도 다를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어딘가 중세의 냄새가 난다.]
[수태고지의 찰나를 보여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서양 미술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작품 중에 하나인 성모 마리아의 수태고지.  이 그림은 순전히 화가의 상상에서 나오는 그림인데 화가가 살았던 시대와 수태고지의 어느 부분에 더 집중했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르네상스 초기의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와 르네상스 전성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 표현이 사뭇 다르다.  안젤리코의 수태고지는 중세시대의 끝머리에 나온 작품이다 보니 많이 설명적이고 인간의 원죄를 강조하고 수태고지의 명을 겸허히 받아 들이는 내용을 충분히 담고 있다.  반면 다 빈치의 수태고지는 하나님이 명하는 말씀을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전하는 찰나를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나의 찰나를 그림에 듬뿍 담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떤 정서를 가지고  어떻게 대상을 바라 보느냐에 따라 같은 주제가 같은 대상이 달리 보인다.  인간의 기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작위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래서 다양성이 존재하고 인정해야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직도 다르다는 것을 틀린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전한다.  당신 자신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당신 자신은 틀렸다고.